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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

[UX] 도널드 노먼의 UX 디자인 특강 (7~8장)

by rious275 2020. 8. 26.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496142

 

도널드 노먼의 UX 디자인 특강

UX의 창시자이자 인지과학의 대부 도널드 노먼이 복잡함과 단순함이라는 개념을 둘러싼 디자인의 쟁점과 해결책을 다루고 있으며, 전 세계 디자인, HCI 학자들이 추천하는 책에 꼭 들어가는 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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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도널드 로먼(Donald Arthur Norman)

 

인지과학의 대부이자 [비즈니스 위크]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인지과학을 바탕으로 UX 디자인 분야를 개척하고 그 토대를 만들었으며,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분석하여 인간과 기술의 상호작용을 디자인하는 방법론을 제시한 세계 최고의 UX 전문가이다.


 

7장. 대기시간의 디자인

 

1) 대기열의 심리학

 

기다림은 수용 능력에 비해 수요가 더 많이 몰려 처리 과정에 병목이 생겼다는 신호다. 복잡한 시스템의 가장 흔한 부작용이라 할 수 있다. 밀려드는 수요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없다면 어떻게든 이들을 다스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 대기열이 길어지면 영업상의 손실이 생기고 장비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노동력이 낭비되고 손실이 누적된다. 대기열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점이 혼잡해 고객이 잘 통과되지 않고 기다리는 상태를 뜻한다. 사람들은 긴 줄에 서서 시간을 보내면서 효율성과 공정성, 그리고 기다림의 본질에 대해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기다림을 피할 수 없다면 조금이라도 덜 고통스러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를 다룬 고전이 데이비드 마이스터David Maister의 「대기열의 심리학」이다. 시스템 운용은 대기열에 대해 열심히 연구하는 분야지만, 수학적인 효율성에 집중한다. 이런 계산도 필요하지만 여기에는 고객과 직원이 어떤 경험을 하는지, 이들의 주된 관심이 어떻게 경험으로 연결되는지와 같은 인간 중심적 요소가 빠져 있다.

 

 

2) 대기열을 디자인하는 6가지 원칙

 

저자는 행동과학과 인지과학 연구를 바탕으로 대기열에서의 6가지 원칙을 세웠다.

 

① 개념적 모델을 제공하라

 

: 모든 디자인 요소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개념적 모델은 혼란스러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일관성 있고 이해 가능한 것으로 바꾼다. 대기열도 마찬가지다. 기다리는 사람에게 각각의 줄이 어떤 줄인지, 어떻게 들어가야 하는지, 줄의 앞쪽으로 가면 어떤 정보나 자료가 필요한지를 분명하고 확실하게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훌륭한 개념적 모델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고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이 때는 충분한 피드백이 필요하다. 문제가 생겼을 때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오로지 확신이다. 관계자들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고,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② 기다림을 이유 있게 만들어라

 

: 사람들을 기다리게 하려면 그 전에 타당한 이유를 알려줘야 한다. 이것이 설명과 피드백의 역할이고, 공정함의 중요한 조건이다. 백스테이지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납득한다면 사람들은 기다림의 필요성을 적절하게 받아들인다. 궁극적으로 이 기다림이 적합하냐 아니냐에 대한 판단은 상황과 개념적 모델의 조합에서 나온다. 기다림의 조건은 납득할 만한 이유와 적절한 대기시간이다. 그 수준과 비슷하게 서비스 제공자가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 것처럼 인식되어야 한다.

 

③ 기대를 충족시키거나 그 이상을 주어라

 

: 기다림에서 얻는 경험은 소비자의 기대를 넘어서야 한다. 많은 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예상 대기시간을 알려준다. 이 시간은 과도하게 책정하는 것이 좋다. 실제 대기시간이 예상시간보다 짧으면 사람들은 기쁨을 느낀다.

 

④ 사람들이 무언가를 하게 하라

 

이 규칙을 이해하려면 물리적 변수와 심리적 변수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물리적인 시간과 거리는 정확하게 예측하고 계산할 수 있지만 기다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물리학이 아닌 심리학의 지배를 받는다. 기다림은 심리적인 정신활동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여러 일정으로 바빴던 시간이 한가해서 여유로웠던 시간보다 훨씬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대기 중인 사람에게 적절한 활동을 제공하면 지겨운 기다림도 긍정적인 경험으로 바뀔 수 있다. 줄이 빨리 줄어들고, 더 짧아 보이고, 볼거리나 할 일로 가득 차게 만들어라. 기다림을 즐겁게 만드는 한 가지 속임수는 줄을 줄처럼 보이지 않게 디자인하는 것이다. 

 

⑤ 공정하게 하라

 

감정은 생각지도 못한 요소들의 영향을 받는다. 기다림이 합리적으로 보이고, 누구도 비난할 사람이 없을 때는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 기다림에서 좋은 경험을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기준은 공정한 대우를 받았는지의 여부다. 여러 줄이 있을 때, 다른 줄이 우리 줄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면 주시하고 기억한다. 하지만 반대로 우리 줄이 다른 줄보다 더 빠르게 움직일 때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이런 비대칭성은 줄은 선다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한 심리학 실험은 모든 줄이 똑같은 속도로 움직여도 사람들은 자신의 줄이 가장 천천히 움직인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따라서 가장 좋은 대기열 디자인은 한 줄로 되어 있다가 줄 끝에서 여러 서비스 제공자로 갈라지는 것이다. 한 줄일 때는 공정함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다. 줄의 마무리에서 여러 명의 제공자가 있는 모습은 각각의 줄마다 서비스 제공자가 한 명 있는 것보다 줄이 더 빨리 움직이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⑥ 강하게 끝내고 강하게 시작하라

 

우리는 전체 사건에서 어떤 부분을 가장 잘 기억하는가? 이는 많은 심리학자들이 연구에 착수한 질문이다. 독특한 경험은 언제나 도드라지게 기억된다. 하지만 입구에 들어와서, 기다리다가, 볼 일을 보고, 출구로 나가는 것이 비교적 일정하다면 이 과정에서 기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순서는 끝, 시작, 중간이다. 이를 '서열 위치 효과' 라고 한다. 오랫동안 불쾌한 사건이 일어나더라도 사건의 마무리 시간, 즉 끝 부분에 덜 불쾌한(그렇지만 여전히 불쾌한) 일이 일어나면 그 사건은 시작에 비해서는 긍정적으로 인지된다는 결론을 발표한 연구도 있다. 기억을 지배하는 것은 마지막이다. 이 실험의 핵심은 명확하다. 마지막을 긍정적으로 장식하라.

 

 

3) 기다림에 대한 디자인적 해법

 

나라마다 기다림에 대한 문화가 다르다. 먼저 줄을 서야 하는가에 대한 것부터 의견이 나뉜다. 문화에 따라 줄 서는 규칙도 다르다. 특정 사건이나 제품, 인물 등의 다양한 요소로 줄 서기 문화가 바뀌기도 한다. 문화는 변할 수 있지만, 변하는 모든 것 중에서 가장 더디다. 몇 년, 아니 몇 십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대기열처럼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 시스템은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그에 발맞춰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기다림이 지속되면서 생기는 비효율성을 해결할 방법을 충분히 고민한 뒤 천천히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먼저다.

 

 

4) 이중 버퍼링을 제공하라

 

이미지를 빠르고 매끄럽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컴퓨터 그래픽 세계에서는 기다림의 비효율성을 두 개의 저장 영역 사이, 즉 두 버퍼 사이를 오가며 해결한다. 버퍼링 과정을 놀이공원이나 불특정 다수를 서비스하는 상황에 적용할 수 있다. 한 번에 여러 사람이나 하나의 무리를 상대해야 할 경우, 먼저 기다렸던 집단이 즐기는 동안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줄을 선다. 기다리는 사람들을 그룹으로 만들고 '브리핑' 또는 '준비'라고 부르는 특별한 방으로 안내한다. 그곳에서 그들이 앞으로 겪게 될 일에 대해 설명해주거나, 기다리고 있는 행사의 이야기와 배경지식을 들려주면 이 과정을 줄에서 기다리는 것이 아닌 전체 경험의 일부로 인식한다. 여전히 뒤에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많지만, 이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는 동안에도 무언가를 즐기기 때문에 기다리기만 하는 줄은 더 짧아졌다. 이러한 방식을 '이중 버퍼링'이라고 한다. 이는 단일 버퍼링의 단점을 보완하는 데 무엇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버퍼링 원칙은 공간 이중 버퍼링과 시간 이중 버퍼링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공간 이중 버퍼링은 슈퍼마켓의 양면으로 된 계산대 디자인에서 볼 수 있다. 계산원의 양쪽으로 고객이 줄을 서고, 왼쪽의 계산이 끝나면 이미 준비를 끝낸 오른쪽 고객의 물건을 바로 계산한다. 그동안 왼쪽 고객이 짐을 싸고 떠날 수 있는 시간과, 같은 쪽의 다음 손님이 물건을 준비할 시간이 생긴다.

 

이중 버퍼링을 활용한 두 번째 방법은 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운영을 분리할 수 있는 충분한 선형 공간, 즉 계산 준비, 물건 계산, 그리고 정리를 할 수 있는 영역을 제공하는 것이다. 슈퍼마켓에는 준비 위치에서 계산 위치까지 자동으로 물건을 움직여주는 벨트가 있다. 여러 고객이 물건을 놓을 수 있고, 그 사이 사이에 분리할 수 있는 막대가 있다. 많은 커피숍이나 패스트푸드 음식점이 음식을 주문하는 곳과 받는 곳을 따로 나눈 선형 시간 이중 버퍼링의 형태를 취한다. 이 방식은 운영을 분리시켜주기 때문에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5) 기억으로 행동을 지배하다

 

우리의 미래 행동은 기억의 지배를 받는다. 기억은 실제보다 훨씬 중요하다. 인간의 기억력에 대한 어느 연구는 '회상은 경험을 능동적으로 다시 쌓아가는 과정이고, 왜곡의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끝날 때의 경험이 처음이나 중간 경험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그러므로 고객이 실제로 줄 서서 기다리는 상황보다 나중에 그 상황을 떠올리는 순간에 '기다림'에 대해 긍정적인 인상을 받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전체적인 경험은 부분적인 경험보다 훨씬 중요하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마셜 비즈니스 스쿨의 리처드 체이스Richard Chase와 스리람 다수Sriram Dasu 교수는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인 요소를 섞는 효과적인 전략을 제시했다. 마지막을 다스려서 집에 가져갈 추억을 주며, 강하게 시작하고 강하게 끝내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즐겁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중간에 심어야 한다.

 

사람들이 시간을 인지하는 방식은 일반적이지 않고 매우 역설적이다. 어떤 경험 과정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시간'은 무언가로 가득 채워진 시간보다 길게 느껴진다. 하지만 나중에 회상할 때는 이 채워지지 않은 시간이 채워진 시간보다 짧게 느껴진다. '인지부조화'라는 심리학 이론에 따르면 고생은 마지막에 일어나는 사건의 즐거움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인지부조화는 20세기 중반 레온 페스팅어Leon Festinger가 처음 소개한 개념으로, 어떤 사건이 저변에 깔린 믿음과 강하게 모순될 때 사람들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지 설명한다. 

 

 

6) 감정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

 

감정은 우리의 경험, 더 나아가서 경험의 기억에 색을 입힌다. 감정의 색으로 물든 기억은 사람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기분이 좋을 땐, 조그만 어려움이나 혼란스러움은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짜증스럽거나 화가 나면 똑같은 결점도 큰 문제로 받아들인다. IBM의 수잔 스프라라겐 박사는 서비스를 경험하면서 느끼는 사람들의 감정 상태를 연구한다. 병원에서 환자가 누구인지를 판명하고, 기록을 찾고, 보험을 확인하는 과정은 여러 이유에서 정당하다. 하지만 환자에게 이것은 불필요한 장애물이다.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선 주변 환경을 밝고 활기차게, 매력적이고 끌리게 만들어라. 모든 사람이 긍정적이고 협조하고 싶은 기분이 들게 하는 것이다.

 

감정은 전염된다. 사람들이 행복하고 미소 지으면 다른 사람들도 행복하고 미소 짓는다.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들고 그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라. 감정은 모든 것을 지배한다. 기다림은 단순한 활동이지만 우리 삶을 혼란스럽게 한다. 하지만 짜증과 지루함을 줄이면서 시간을 활용할 방법은 분명히 있다. 개념적 모델이 분명하고 직접적인 방법으로 디자인하며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써 개인의 경험을 바꿔놓을 수 있다.

 

하나의 과정이 끝나면 지나간 모든 것은 기억으로 남는다. 대부분의 기다림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과정이다. 결국 기억을 지배하는 것은 중간 과정이 아닌 결과물이다. 기억은 실제로 일어난 일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이것은 디자인의 주제이기도 하다.


8장. 복잡함을 관리하기: 파트너십

 

1) 배움이 없으면 대처도 없다

 

이 책의 주제를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다. 복잡함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고 다스릴 수 있다. 하지만 복잡함은 그 본질상 우리를 압도하고 좌절하게 만든다. 이런 복잡함을 길들이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그리고 여전히 남아있을 복잡함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지금까지 기초는 모두 다뤘고, 이제는 알고 있는 것을 더할 차례다.

 

우리는 디자이너와 사용자가 협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디자이너는 사용자가 이해하기 쉽고 배우기 쉽도록 시스템을 조직하고 구조화해야 한다. 하지만 사용자도 제 몫을 해야 한다. 단순함은 결국 마음먹기 달렸다.복잡한 것도 숙달되면, 그리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상호작용의 규칙이 무엇인지를 알고나면 간단해진다. 시간을 들여 배우고, 이해하고, 연습해야 한다. 이런 협력 관계가 있어야 복잡함을 다스릴 수 있다. 자동차는 디자인하는 사람과 사용하는 사람 사이의 협력관계를 너무도 훌륭하게 보여주는 예다.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는 자동차의 작동 방법을 놀랍도록 단순화시켰지만 운전자들 또한 자신의 몫을 다해야 한다.

 

자동차와 컴퓨터 시스템은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지만, 이런 복잡함이 시스템 내부에 잠자코 숨어 있는 덕분에 사용자는 간단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는 2장에서 논의했던 테슬러의 '복잡함 보존의 법칙'이 적용된 또 다른 경우다.

 

 

2) 복잡함을 다스리는 원칙

 

복잡함을 다스리는 데는 두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하나는 디자인을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처를 위한 것이다. 모든 제품은 사용 방법에 대한 안내와 예기치 않은 경우에 대비하는 법과 더불어 인간의 이해와 기억을 돕는 적합한 구조로 디자인되어야 한다. 이런 과제는 디자이너의 통제 범위 밖에 있는 여러 요소들 때문에 매우 어렵다. 성능이 비슷한 제품이라도 서로 다른 디자인 원칙을 반영한 다른 시스템이 들어가기도 한다. 그래서 각각은 충분히 논리적으로 이해할만하지만 두 가지 제품을 모두 사용하는 사람은 혼란스러울 수 있다. 더구나 디자인은 피할 수 없는 간섭 상황에서 사용하는 

기능도 함께 지원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을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좋은 개념적 모델은 꼭 필요하지만 이것도 디자이너의 의사가 잘 전달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디자인 도구로는 개념적 모델, 기표, 구조화 방식, 자동화, 모듈화 등이 있다. 더불어 디자인 팀은 매뉴얼과 고객지원 시스템과 같은 학습 도구도 제공 해야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이다. 한때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시각적인 면만을 가리켰던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제 업계는 고객의 기본적인 니즈를 충족시키고 긍정적이고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기능과 작동 방식을 고민한다. 그리고 훌륭한 디자인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좋은 상호작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적합한 커뮤니케이션이 곧 디자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모든 규칙은 커뮤니케이션과 피드백을 중심으로 진화한다.

 

인간 중심 디자인 분야가 막 떠오를 무렵 두 명의 스위스 학자 유르흐 니버겔트Jurg Nievergelt와 J.와이더트J.Weydert는 디자이너와 기획자에겐 '흔적, 현장, 양식'이라는 세 가지 상태의 지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다시 '과거, 현재, 미래의 지식'이라는 지식에 대한 인간의 기본적인 니즈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의 지식은 말 그대로 현재 상태를 파악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의 지식은 지금까지 이르게 된 과정을 아는 것을 의미한다. 미래의 지식은 무엇을 기대할지 아는 것을 의미한다. 

 

디자인에 대한 저자의 원칙 중 하나는 오류 메시지를 없애는 것이다. 좋은 디자인이란 '그건 잘못됐어.'라고 말할 필요가 없는 디자인이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를 때 등장하는 오류 메시지는 시스템이 혼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때 책임을 질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여러 문제가 생기는 상황들을 오류가 아닌 도움이 필요한 순간으로 간주해야 한다. 그리고 사용자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강요하기보다는 시스템이 스스로 설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3) 기표와 어포던스, 분할과 정복

 

기표는 정말 강력한 도구다. 의도적인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기표는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사람들은 매일 활동하면서 세상을 거대한 정보 데이터베이스로 이용한다. 때로는 명백하고 구체적인 정보로, 때로는 적합한 행동에 대한 암시적인 정보로 존재한다.

 

디자이너들은 강력한 디자인 도구인 기표를 한껏 활용한다. 그런데 불행히도 기표는 '어포던스'라는 개념과 종종 혼동을 일으킨다. 어포던스는 '행동의 유도한다'는 뜻으로 관계에 대한 개념이다. 이것은 사람이 사물에 취할 수 있는 여러 행동들을 보여준다. 지각심리학자인 J.J. 깁슨J.J.Gibson이 소개한 개념으로 처음에는 모든 생명체 환경에 적용되었다. 깁슨은 어포던스를 이 세계에 존재하는 잠재적인 생명체와 물건 간의 관계로 보았다.

 

깁슨의 정의에 따르면 어포던스는 사람이 눈치 채든 그렇지 않든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디자이너는 보이지 않는 어포던스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한다. 다른 말로 하면 디자이너는 인지된 어포던스에만 신경을 쓴다는 말이다. 그 결과 디자이너들은 어포던스를 눈치 채지 못해서 사용자가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뒤에는 사용자에게 어포던스의 존재를 알려 주기 위해 눈에 보이는 신호를 추가한다.

 

디자이너들은 사실 이미 존재하는 어포던스를 가시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들은 기표를 추가한 것이다. 하지만 디자인 업계에서 '어포던스'라는 용어는 '인지할 수 있는 것'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저자는 디자인에서 어포던스 와 기표의 의미를 명백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들은 인지 가능한, 즉 기표를 의미하는 것에만 신경 쓰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에는 어포던스가 없어도 된다. 모든 인지된 어포던스와 기표는 의사소통 수단이다. 

 

복잡한 상황을 단순화하는 한 가지 방법은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모든 과정을 조절 가능한 모듈로 구조화하면 그 안에 들어간 모듈 하나하나는 간단하고 쉽게 배울 수 있다. 

 

 

4) 핵심 문제를 찾아라

 

또 다른 복잡함을 단순화할 수 있는 방법은 개념을 새로 세우는 것이다. 다시 말해 문제를 규정하는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다. TV프로그램 녹화 기능을 살펴보면, 시청자들은 녹화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원하는 때 언제라도 프로그램을 볼 수만 있다면 상관이 없다. 예전 VCR의 녹화 방법과 비교해 현재는 프로그램 이름만 입력하면 나머지는 시스템이 알아서 녹화를 진행한다. 복잡함을 단순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을 핵심 문제에 대한 개념을 새로 세우는 것이다.

 

오락 및 여가 활동에 사용되는 시스템을 기획하는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저지르는 가장 흔한 실수는 이용자들이 모든 요소들을 개별적으로 조작하고 싶어 한다고 믿는 것이다. 이 인식이 바탕이 되어 리모컨과 같은 복잡한 조작 도구가 생겼다. 하지만 요즘엔 단순화된, 복잡함을 극복한 디지털 리모컨들이 많다. 디자이너는 사람들이 리모컨을 여러 개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하나의 제품으로 여러 기기를 조작할 수 있는 '범용적인' 리모컨을 만들었다. 활동 중심 디자인은 사용자들의 실제 요구 사항을 모델로 삼는다. 복잡한 조작 방식을 적합하게 모듈화해서 혼란스러움만 가득하던 리모컨들을 세련되고 간단한 하나의 리모컨으로 압축할 수 있다. 이것은 모두 사용자의 활동을 모델링한 개념적 모델 안에 들어가 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인지과학을 연구하는 데이비드 커시David Kirsh 교수는 사람들이 어떻게 과제를 간소화하고, 행위를 구조화하며 방해를 받은 후에도 어떻게 원래의 자리를 기억해서 찾아가는가에 대해 조사했다. 그는 이 작업을 '인지 일치'라고 부른다. 그는 사물을 지능적으로 배열하면 기억해야하는 인지적인 부담을 줄일 수 있음을 증명했다. 어떤 배열은 우리가 해야 할 행동이 무엇인지 바로 알게 하고, 어떤 것은 기회 행동에 주의를 집중시키고, 어떤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를 고의로 숨기거나 안 보이게 한다. 

 

모든 일치 도구는 과제를 인간의 인지구조에 맞게 바꿔서 어려움을 감소시킨다. 다이어그램과 그림의 힘은 그림으로 된 표시와 인간의 지각 시스템이 일치하는 데서 나온다. 

 

 

5) 자동화의 미래

 

자동화는 우리가 직접 과제를 수행할 수고를 덜어주었다. 현대의 많은 기술들은 자동화 방식이 늘어남에 따라 점차 간단해지고 있다. 자동화는 기술에 깔린 복잡함을 증가시켰지만 덕분에 사람들의 행동은 단순해지고 간단해졌다. 그러나 자동화는 작동이 잘 된다는 전제 하에서만 간단하다. 복잡함을 논의할 때 기억해야 할 점은 자동화는 우리 모두를 편하게 해주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지만, 그 시스템에 의해 모든 작동이 완벽하게 자동화되었을 때에만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때를 대비해 문제를 해결할 다양한 방식의 추가적인 설계가 필요하다.

 

 

6) 기능 강제의 효과

 

'기능 강제'는 특정 기능이 행동을 강제해 원치 않는 행위를 막아주는 장치다. 기능 강제를 이용해서 어떠한 단계가 성공적으로 수행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예로는 현금지급기를 들 수 있다. 현금을 인출할 때 미리 삽입한 카드를 뽑지 않으면 현금을 찾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다. 기능 강제는 굳이 사용자가 이해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간단하게 디자인한다. 기능 강제를 디자인할 때는 모든 기표를 없애서 선택지를 주지 않기도 한다.

 

불가능해 보이거나, 어렵거나, 위험해 보이는 디자인으로 행동을 제어하기도 한다. 그중 한 가지 방법이 의도적으로 오해할 만한 기표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것을 '부정적 기표'라고 한다. 기능 강제는 필요한 모든 전제 조건이 갖춰지거나, 안전에 대한 준비가 다 끝날 때까지 작동을 금지해서 시스템 조작에 영향을 끼친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시동을 걸 수 없는 자동차 기능도 명백한 기능 강제다. 기능 강제는 안전을 위한 보조 장치 역할도 한다.

 

기능 강제는 유용하지만 때로는 너무 위압적이다. 모든 것이 강제적일 필요는 없다 . 때로는 부드러운 넛지면 충분하다. 넛지를 유도하는 한 가지 영리한 방법은 목록에서 항목들을 현명하게 배치하는 것이다. 경제학자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와 변호사 캐스 선스타인Cass Sunstein은 행동을 조작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로 '디폴트Default'를 꼽았다. 

 

디폴트는 누군가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았을 때 일어나는 고정적인 행위를 의미한다. 디폴트는 자동적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다. 소득세는 월급에서 디폴트로 인출된다. 우리가 처음 직장에 들어가면 선택한 디폴트 상태에 맞춰 모든 활동이 자동으로 설정된다.

 

디폴트는 우리가 살고 있는 복잡한 세상에서의 상호작용을 효과적으로 간단하게 만들어 준다. 디폴트는 피할 수없다. 제시된 대안이 디폴트 행위를 촉구하는 것처럼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선택을 거부하는 것도 일종의 선택이다. 디폴트는 강력한 디자인 도구이지만 디자이너를 포함해 이를 다루는 모두가 신중해야 한다. 디폴트를 따른다는 것은 누군가가 당신을 위해 결정을 내리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좋은 매뉴얼보다 더 필요한 것은 매뉴얼이 필요 없는 시스템이다. 회사는 사용자에게 훌륭한 경험을 주도록 설계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제품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7) 복잡함에 대처하는 사용자의 자세

 

사용자가 쉽게 이해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디자이너가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야 하듯이 사용자도 자신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 제품을 이해하고 기능을 완전히 숙지하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디자인이 아무리 좋아도, 개념적 모델과 피드백, 모듈화가 아무리 훌륭하게 이루어져도 복잡한 활동을 배우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사용자가 익숙해지는데에 규칙이 필요하다면 사용자를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① 먼저 받아들여라

 

② 분할해서 배워라

 

③ 필요한 그 순간에 배워라

 

④ 외우지 말고 이해하라

 

⑤ 다른 사용자를 관찰하라

 

⑥ 기표, 어포던스, 그리고 한계점을 파악하라

 

⑦ 신호, 문구, 표시를 만들라

 

⑧ 목록을 작성하라

 

 

 

 

7장, 8장 끝.

* 다음 글은 마지막 9장과 후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