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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노먼의 UX 디자인 특강
UX의 창시자이자 인지과학의 대부 도널드 노먼이 복잡함과 단순함이라는 개념을 둘러싼 디자인의 쟁점과 해결책을 다루고 있으며, 전 세계 디자인, HCI 학자들이 추천하는 책에 꼭 들어가는 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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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도널드 로먼(Donald Arthur Norman)
인지과학의 대부이자 [비즈니스 위크]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인지과학을 바탕으로 UX 디자인 분야를 개척하고 그 토대를 만들었으며,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분석하여 인간과 기술의 상호작용을 디자인하는 방법론을 제시한 세계 최고의 UX 전문가이다.
5장. 사람을 도와주는 디자인
1) 사람을 위한 디자인
주차장 엘리베이터 한 쪽에 있는 주차비 정산 기계는 잘 작동할 때에는 아무 불편함이 없지만 고장이 나 다음 단계로 진행이 되지 않을 때는 그저 하나의 기계 덩어리로 변한다. 기계는 현재 상태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 기획자나 디자이너가 설계한 대로만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예상을 벗어난 일에는 대처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만약 고장이 나 제대로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혼란스러운 복잡함을 가중시킬 뿐이다.
이런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다루는 기계를 디자인하는 것은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일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지금도 많다. 한 가지 현명한 방법은 주차비 정산 기계 옆에 있는 '도움벨'을 눌러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그러나 문제는 기계를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들의 철학에 있다. 자신이 디자인하는 기계를 이용하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획자와 디자이너들은 모든 것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가정 하에, 고객이 의도한 대로 행동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다. 물론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기계는 일하고 고객은 만족한다. 하지만 기계는 오류를 일으킬 수도 있고, 사람과는 다르게 문제가 생기면 요청에 응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기계에 어떤 요소를 반영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부분이다.
2) 사회적 디자인에 집중하라
엔지니어들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들의 관점이 디자인의 중심이 되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이들은 전혀 문제없는 디자인에 사람이 끼어든 것으로 여긴다. 그들은 인간의 실제 행동을 반영해야 하는 디자인을 가리켜 '풀 프루프fool proof'나 '이디엇 프루프idiot proof'라고 부른다. 풀 프루프는 사용자가 잘못 조작해도 이것 때문에 전체에 고장이나 재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설계이고, 이디엇 프루프는 다루기 쉬운 기계를 뜻한다.
저자는 사람과 관료주의, 사람과 기계,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커뮤니케이션 실수나 잘못된 상호작용의 예를 수도 없이 보았다. 원인은 디자이너의 중요한 자격 중 하나인 '사회적 규칙'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데 있었다. 아무리 똑똑하고 의도가 좋아도 엔지니어와 프로그래머는 기계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이들은 시스템을 사용하는 평범한 일반인과는 달리 복잡한 기계의 내부 작동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이들의 능력과 성과 덕분에 기술 커뮤니티는 급속도로 확장되고 발전했다. 다음 단계는 평범한 사용자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다.
인간과 기술의 상호작용을 사회화시켜야 한다. 인간에게는 사회적 기계, 기본적은 커뮤니케이션 방법, 그리고 기계를 다루는 규칙이 필요하다. 기계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배려하고 그들의 관점을 이해하며, 무엇보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누구나 알 수 있도록 작동해야 한다.
3) 기계가 짜증을 부르고 기계가 잘못을 한다
우리가 생활의 많은 부분에서 사용하는 기계과 시스템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너무 복잡해서 한 사람이 완전히 터득할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기술도 인간을 이해하지 못한다. 무언가 잘못되고 있는데도 다른 정보가 없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 엔지니어들은 기계에 지능을 부여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지능이 아니라, 매너다. 이 짐을 짊어져야 할 대상 역시 기계가 아니라 디자이너다. 왜냐하면 제품에 지능, 예의, 공감 능력, 이해심을 심는 것은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의 몫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해심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것은 기계다. 기계가 짜증을 부르고, 기계가 잘못을 한다.
4) 간단한 것을 복잡하게 만드는 훼방꾼
사람들은 높은 차원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단계별로 여러 가지 일을 한다. 하나의 활동을 구성하는 개별적인 과제들은 그 목표에 다가가기 위한 단계의 일부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최상위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도구나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데에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중요한 목표 자체를 위한 도구는 없고, 그 안의 작은 구성요소를 위한 도구만 있다. 높은 차원의 목표와 구체적인 과제를 위한 도구들이 여러 개로 나뉘었지만 어렵게 느낄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사용법이 안정적이고 이해할 만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똑똑한 기계들이 나오면서 문제가 생겼다. 사람들이 기계에 거는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아진 것이다. 결국 자신의 기대와 기계의 실제 능력 사이의 부조화를 깨달은 사람들은 사용하는 중간에 최종 목표를 수정하거나, 중간 단계를 바꾼다. 때로는 상위와 하위 단계의 순서를 무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계는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이런 변화를 처리하지 못한다. 결국엔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갇힌 도구들은 불편한 애물단지로 전락하기 쉽다. 따라서 사용자의 혼란의 방지하려면, 낮은 차원의 과제뿐 아니라 높은 차원의 활동도 지원할 수 있도록 발전된 기술에 맞춘 사회적 디자인이 필요하다.
이 외에도 다른 문제가 있다. 바로 간섭이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다른 과제가 중간에 끼어들지 않고 정해진 프로세스에 따라 주어진 임무를 마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우리 삶에는 끊임없이 다른 일이 끼어든다. 친구, 동료, 상사의 간섭은 일상적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멀티태스킹을 한다. 여러 개의 동시 다발적인 요소로 구성되는 한편 잦은 방해를 받는다. 이런 간섭은 우리에게 정신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책을 읽는 도중에 어떤 방해가 있었다면 읽었던 자리를 찾아야 하고, 다시 읽기 위해 정신을 가다듬어야 한다.
간섭을 통제할 수 없다면 우리가 간섭받은 자리를 기억할 보조 장치가 필요하다. 자동 위치 저장 기능 등이 그것이다. 작업자가 그 활동을 잠시 멈췄다가 다시 시작했을 때 조금 전까지 무엇을 했는지 쉽고 빠르게 기억하게 해주는 장치다.
디자이너는 제품의 앞면에는 심혈을 기울이기 때문에 외형은 아릅답고 세련되어 보이지만, 반면에 뒷면은 완전히 무시한다. 아름다운 앞면은 그 기기를 이용하는 사람만 본다. 방문자, 클라이언트, 고객, 친구들은 모두 뒷면을 봐야 한다. 뒤쪽은 아름다움과 거리가 멀다. 사용 패턴을 무시하면 간단하고 매력적인 것도 복잡하고 추한 것으로 변모한다. 개별적으로는 간단한 디자인 요소들도 모두 합치면 분노할 정도로 정신없어진다.
5) 희망선을 찾아서
공원이나 대학 캠퍼스를 걷다 보면 잔디밭, 심지어는 화단에도 사람들이 지나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길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사람들의 바람이 설계자의 목적과 부합하지 않았음을 제대로 보여주는 사회적 기표다. 조경사나 도시계획가들은 그들이 설계한 길이 무참히 파괴되는 것을 보며 분노한다. 누군가는 자신이 신중히 설계한 계획을 생각 없고 게으른 사람이 짓밟는다며 비난한다. 이는 이상적인 길을 반영한다는 의미에서 '희망선(비공식적 보행자도로)'이라고 불린다. 현명한 도시계획가라면 이 희망선에 담긴 메시지에 귀 기울여야 한다. 희망선이 디자이너의 아름다운 계획을 파괴한다는 것은 곧 그 디자인이 사람들의 욕망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희망선은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여준다. 희망선을 소중한 지침으로 받아들이고 그에 맞춰 길을 바꾸는 것이 어떨까? 사람들의 삶에 불필요한 혼란함을 가중시키지 말고 말이다. 희망선은 게으름의 표시이다. 하지만 게으름은 '에너지 최소화'라고 부르는 물리학의 기본 법칙이다. 모든 물리적인 시스템은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는 상태를 지향한다. 사람도 다르지 않다. 인간 중심 디자인과 사회적 디자인에는 그 사물을 이용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을 고려해 그들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는 철학이 깔려 있다.
원래 '희망선'이라는 단어는 사람들이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추구하며 만든 길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것은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가리키는 지침으로 확장될 수 있다. 영국의 UX 디자이너인 칼 마이힐Carl Myhill은 사람들을 관찰하면 디자이너의 의도와 사용자의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을 볼 수 있고, 이는 소중한 디자인 정보가 된다고 말한다.
희망선은 바람직한 행위를 보여주는 중요한 기표다. 사용이 간단한 사물을 만드는 비교적 편한 방법은 사람들이 실제로 행동하면서 남긴 흔적을 시스템에 적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예술작품의 영역은 다르다. 의도적으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의견을 주고받게끔 고안된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사람들의 불만을 무시해도 좋다. 프랑스 디자이너 필립 스탁Philippe Starck이 만든 '쥬시 살리프Juicy Salif'라는 레몬 착즙기는 사실 주스를 짜기에 적절치 않은 기계다. 인터넷에서 이 기계의 사용에 대한 비평 글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예술작품이다. 스탁 자신이 논의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제품의 목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저자는 이 착즙기를 거실에 전시해놓고, 대신 부엌에서는 본래 기능에 충실한 다른 믹서기를 사용한다.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사람들의 바람을 무시하고 자신의 목적에 적합한 행동을 밀어붙여야 할 순간이 있다. 예술작품이 그렇고 위험하거나, 불법적인 행동을 막아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때는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고의적으로 못하게 만드는 것이 디자이너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희망선은 진정한 선호도를 보여주는 좋은 기표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반영해서는 안 된다.
6) 흔적과 네트워크
신용카드, CCTV, 책의 접힌 부분이나 낡은 부분, 메모 등 우리가 남긴 모든 희망선들은 우리 자신의 행동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인간의 행동에 대해서도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오늘날 이런 상호 연결로 생기는 네트워크(사람 대 사람, 장소, 시스템, 회사 등)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런 흔적들은 우리의 삶을 단순하게 만들 수도,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다.
사회적 기표로 사용된 추적법 중 가장 효과적인 것 중 하나는 바로 사람들이 잡지나 서적, 학술지, 그리고 무엇보다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남긴 기록이다. 이러한 자취의 중요성은 1900년대 초부터 발견되었으며, 폴 오틀레Paul Otlet가 1934년 출간한 '문서의 특성Traite de documentation'과 버네바 부시Vannevar Bush가 1945년에 발표한 '메멕스Memex'의 개념이 그 시초였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 폴 오틀레: 국제 10진 분류법을 창시한 정보과학의 아버지-옮긴이
* 메멕스: 기억 확장장치(Memory Extender)의 줄임말로 오늘날의 하이퍼텍스트와 유사함-옮긴이
다른 사람이 남긴 발자취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데에는 문제점이 있다. 남을 속이거나 현혹할 목적으로 일부러 잘못된 경로를 안내하는 경우다. 사이버 공간이나 월드 와이드 웹의 초창기 작업자들은 모든 사람을 '다른 사람을 이끌어 주고 도와주는 친절한 사용자'라고 가정했다. 하지만 세상엔 좋은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서 그저 장난을 치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에게 속을 수도 있다.
우리 행동이 모든 실제 공간과 디지털 공간에 남긴 발자취로 생기는 사회적 기표는 우리 삶에 중요한 보완제다. 소셜 네트워크는 사람을 친구, 공통 관심사, 교육 커뮤니티, 직업 커뮤니티, 놀이 등과 연결해주는 중요한 도구다. 당신에게 이득을 주든 그렇지 않든, 광고업체의 이벤트에 참여하고 이전 친구들을 위해 풍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런 사회적 기표는 오늘날의 인터넷 세계에서 중요한 도구인 추천 시스템과 검색 서비스의 기초가 되었다.
7) 추천 시스템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을 살피고, 전자제품 매장에서 점원이 인기 상품을 추천해주길 기다리는 심리는, 바로 단순한 인기도에 기본을 둔 원시적인 추천 시스템이다. 손님이 없는 레스토랑에는 들어가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베스트셀러의 목록은 판매 수치로 결정되는데 이는 장점일 수도, 약점일 수도 있다. 사람의 '평균치'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에게는 분명 그들만의 독특한 성향이 있다. 만약 관심사, 기본 성향, 기술 수준이 우리와 비슷한 사람에게 추천을 받는다면, 더 와 닿을지도 모른다. 이것이 현대의 추천 시스템의 원리이다.
인터넷과 같은 가상의 공간에서는 어떤 활동을 해도 흔적이 남는다. 상점은 당신이 무엇을 구매했는지 알 수 있다. 만약 온라인 상점이라면 당신이 무엇을 보고, 읽고, 활동했는지 뿐만 아니라 어떻게, 언제 하물며 누구와 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은 우리의 삶을 단순하게 만드는가, 혼란스럽게 만드는가? 비슷한 배경이나 관심사를 기반으로 사람들을 분류하여 일반적인 전제를 내리기 때문에 비교적 잘 들어맞는다. 하지만 이 추천 시스템을 무시해도 상관은 없다. 인생의 복잡함과 상대하는 우리의 상호작용을 간소화시켜 주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는 시스템의 잘못된 예측으로 개인이나 사회의 혼란을 부를 수 있다.
8) 그룹 활동 지원하기
그룹 활동 역시 인간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게 한다. 그룹 활동은 사회화 기술의 상징이다. 모든 그룹 활동은 사회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다른 철학, 관점, 주제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활동함으로써 경험하는 상호작용은 사회성을 불어 넣을 수 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사회적이며 소통하기를 좋아한다. 제대로 만들어진 사회적 디자인은 사람들의 능력을 끌어낼 수 있고 지금 일어나는 활동을 잘 이해함으로써 그 능력을 얻을 수 있게도 한다. 이해만 된다면 복잡한 시스템도 간단한 것이 된다. 그룹을 이해하는 것이 개개인을 이해하는 것보다 더욱 강력하고 확실할 때가 있다.
기계와 서비스 디자인은 모두 사회적인 활동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단순히 성공적으로 작동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이라는 사회성과 본질에도 많은 관심을 쏟는 사회적인 활동이어야 한다.
5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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